같은 장소, 다른 시간
부제 –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치매
이번에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처음에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가 나왔을 때, 큰 관심이 없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 임에도 불구하고, 노년의 삶을 다루는 주제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고, 내 편견을 깰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이 드라마를 알게 되어서 행복 했다. 역시, 사람이던 작품이던 역시 겉모습만 잠깐 보고, 판단을 하는 점은 재미있는 어떤 것을 지나치게 만든 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 달았다. 이렇게 재밌는 줄 알았으면 본방 사수하면서 볼 걸. 이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는 편견으로 바라봤던 노년의 삶에 대한 나의 시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깨닫게 되었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은 나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인생을 살아 간다. 더 젊다고 인생을 더 재밌게 살아갈 것이라는 점이야 말로 얼마나 큰 착각 인지…..그리고 아직도 어제 본 것 처 럼 기억이 나는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있다.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나온 한 장면은 지금 작품의 배경과 주제를 떠올리게 했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희자’ (배우 ‘김혜자’분)가 치매 때문에 실종된다.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은 희자가 예전에 살 던 동네의 가로수 길에서 걷고 있는 그녀를 발견한다. 이 때 희자가 정신이 돌아오면서 가로수 길 한쪽에 서있는 친구들을 쳐다보는 와중에, 카메라에는 길 반대편에 서있는 희자의 첫 사랑이 보여지는 구도가 눈에 들어왔다. 또한, 정신이 돌아온 희자가 그 동네에서 살 당시에 아들을 잃게 되었을 때, 친구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해서 무섭고 힘들었던 지난날 삶의 무게를 친구들에게 절규하듯이 고백한다. 친구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삶의 힘들었던 날에 대해 몇 십년 동안 속으로 삼키다가 치매 때문에 터져 나온 것처럼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은 희자와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있지만, 치매 때문에 희자만 트라우마가 생긴 과거의 시간에 머문 것 처 럼 보였다. 그래서 작품에서 치매를 표현하기 위해 같은 장소와 다른 시간을 설정했고, 다른 시간은 엇갈린 방향으로 불고 있는 바람으로 표현했다.
한복 뒤에 서 있는 가장 키 큰 나무는 당산나무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그리고 나무에 걸려져 있는 두개의 천은 당산나무의 오방색 천이 걸려 있는 모습과 우리나라 전통공예인 규방공예 요소를 가미하여 간단하게 제작하였다. 개인적으로 겁이 많아 당산나무의 오방색천을 무섭지 않게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한복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조선 시대 후기 한복의 모습이다. 참고로, 한복은 한국의 오랜 역사 동안 유행을 타기도 하며, 다른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조선 후기 여성의 한복은 저고리가 짧고, 딱 붙는 형식이고, 치마는 퍼지듯 풍성한 모습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한복을 입을 때는 가슴이 작아 보이는 것이 핏이 예뻐 치마 말기와 가슴가리개로 타이트한 상체의 모습을 만들어 냈다. 한복 디자인 마다 다르지만, 현재에도 한복을 입을 때 이러한 점이 적용된다. 이에 어울리게, 고름은 좁은 너비와 짧은 길이로 제작되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한복은 양반 가의 여성의 것이라고 표현했다. 왜? 직접 말하기는 좀 부끄럽지만 나의 퍼스널 컬러와 개인적인 상상이 가미되었다. 내 퍼스널 컬러인 가을 웜톤으로 한복을 만들어서, 나의 한복으로 상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비교적 편하게 사는 계층인 양반 여성의 것으로 제작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치마 방향이다. 치마를 착용하고 여미게 될 때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도록 만들었다. 조선시대에 엄격하게 지켜진 규칙은 아니었지만, 조선후기부터 개화기에는 기생과 노비 등 신분이 낮은 여성들이 치마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도록 만들어 여며 입었다. 그래서 현재 한복 치마를 착용할 때도 치마단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할 수 있도록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