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안부
세월과 인생을 보여주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여러 한복들 중 철릭을 떠올렸고, 세월이 흘러감을 검정과 하얀색으로 표현했다. 검정색에서 하얀색으로 색이 바래는 시간과 하얀색에서 검정색 으로 바뀌는 동안의 시간을 나타 내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 인생에서 희로애락을 겪을 때, 이 철릭을 입고 있는 모습을 상상 했다. 이러한 관점을 좀 더 연장 시켜, 희로애락이 묻어있는 철릭은 인생을 대변 한다는 생각을 떠 올렸다.
작품의 제목인 안부는 인생에서 행복 했던 시간 속에서 함께 했던 이들을 추억 하며, 그들에게 안부를 전하거나 묻고 싶은 마음을 담고 있다. 이내는 순 우리말로, 해가 진 직후 , 하늘에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프랑스어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낮과 밤의 경계가 없는 시간을 나타낼 때 쓰인다. 이러한 뜻을 곰곰히 생각 하다가, 어느 순간 인생 속의 희노애락을 떠올리게 되었다. 희노애락의 각각의 감정은 다른 시간에 일어 났지만,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 구분 없이 서로 연결 되어 존재 하기도 한다.
이내의 특징: 사물의 경계가 모호함을 보여준다. ≒ 인생 : 에서 여러 감정이 경계 없이 공존을 한다 + 철릭 ㅡ> 제목…
옛 그림을 읽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읽으면서, 동양화에서 매화 나뭇가지가 상징하는 의미 중 하나가 안부를 묻는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내용을 읽은 후, 작품을 만들면서 한 때 행복한 순간을 함께 했고, 더 이상 보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다가오는 파도가 매화 나뭇가지를 나르는 뱃사공을 도와 주게 될지, 오히려 힘들게 만들지 알 수 없지만 배가 결국엔 원하는 곳으로 가길 빌어 본다.
작품의 중심인 철릭은 곧은 깃에 윗옷과 아랫옷을 따로 재단하여 허리에서 치마주름을 잡아 연결시킨 남자의 예복으로 입던 남자의 겉옷 인 한복 이다. 조선 시대에는 사대부의 옷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관리들이 외국으로 사신으로 파견 될 때, 국난을 당했을 때, 임금이 나들이를 할 때 관리들이 따르며 입는 한복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철릭이라는 말은 고려 정석가 에 ‘텰닉’이라는 표기로 처음 등장한다.